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세레브라스(Cerebras Systems)가 2026년 2분기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상장 절차를 다시 추진한다. 세레브라스는 2024년 이미 상장 서류를 제출했다가 이를 철회한 전력이 있다.
당시 철회의 직접적인 이유는 실적이나 자금 사정과는 관련이 없었고, 해외 자본과의 관계를 둘러싼 미국 정부의 국가안보 심사였다. 이번 재추진은 그 심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세레브라스는 2015년 설립된 AI 전용 반도체 기업이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 있다. 이 회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반도체를 만드는 방식이 기존과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AI 연산은 GPU라는 칩 여러 개를 서버 안에서 연결해 처리한다. 이 구조에서는 계산 자체보다 데이터가 오가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AI 학습은 대량의 데이터를 반복해서 처리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이 지연이 커질수록 성능이 떨어진다. 세레브라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커다란 원판인 웨이퍼 하나를 거의 그대로 하나의 칩처럼 사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방식은 내부 연결 거리가 짧아 데이터 이동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가 출시한 WSE-3 칩과 CS-3 시스템은 이러한 설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AI 학습과 추론에서 높은 효율을 내는 것이 목표다. 세레브라스의 고객사로는 메타 플랫폼스와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언급된다.
세레브라스의 상장이 지연된 배경에는 해외 투자 문제가 있었다. 이 회사는 아랍에미리트(UAE)의 AI 기업인 G42와 투자 및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미국 정부는 외국 자본이 자국의 첨단 기술 기업에 투자할 때 그 과정에서 기술이 경쟁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엄격하게 살핀다.
이 역할을 맡는 조직이 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 즉 CFIUS다. CFIUS는 G42와 같은 중동 기업이 우회 경로가 되어 중국 등으로 AI 기술 접근 통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 심사가 길어지면서 세레브라스의 IPO 일정도 함께 멈춰 섰다.
세레브라스는 2025년 10월, 진행 중이던 상장 절차를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이 시점에서 회사는 이미 약 11억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을 마쳤고, 기업가치는 약 8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당장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야 할 필요는 크지 않았다.
규제 리스크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상장을 강행하는 것보다 문제를 정리한 뒤 다시 도전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최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G42는 더 이상 세레브라스의 상업 파트너나 소수 지분 투자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는 미국 당국이 우려했던 핵심 연결 고리가 정리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 더해 세레브라스는 미국 에너지부가 주도하는 AI 연구 프로젝트인 제네시스 미션(Genesis Mission)에 참여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프로젝트는 AI를 활용해 과학 연구 속도를 높이고 에너지 기술 개발과 국가안보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 정부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점은 기술력뿐 아니라 정책적 신뢰를 함께 확보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세레브라스는 이러한 환경 변화를 바탕으로 빠르면 조만간 미국 증권당국에 상장 관련 서류를 다시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목표 시점은 2026년 2분기다. AI 반도체 시장은 현재 엔비디아와 AMD가 주도하고 있지만 세레브라스는 다른 설계 방식을 앞세워 특정 분야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세레브라스 이슈는 미국이 첨단 기술 기업의 자본 구조와 해외 연계를 어떤 기준으로 관리하는지, 그리고 그 기준을 어떻게 충족하는 기업만이 공개 시장에 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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