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다시 관세를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최근 전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충돌을 무역 분쟁의 관점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미국은 주요 교역국들에 대해서는 관세 적용을 유예하거나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중국에 대해서만 높은 관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달러 가치는 전반적으로 약세 흐름을 보이면서도 위안화 대비로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상품이 아니라 통화 즉 달러와 위안화의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2025년 3월 기준 3조 2300억 달러를 넘는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다. 외환 여력이 충분한 나라처럼 보이지만 이 수치만으로 중국의 대외 건전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20여 년간 중국 정부와 국영기업 그리고 민간 대기업들은 해외 금융시장에서 대규모 달러 표시 부채를 조달해 왔다.
공식 통계로만 보더라도 최소 1조 달러 이상의 달러 부채가 누적된 것으로 추정되며 비공식 추정치까지 포함하면 이 규모는 3조 달러에 근접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의 상당 부분에 해당하는 수준이고 글로벌 비은행권 달러 대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매우 높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부채를 위안화가 아닌 달러로 상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매출과 자산은 위안화 기준으로 형성되지만 상환 통화는 달러이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오를수록 실질 상환 부담은 급격히 커진다. 환율이 소폭만 움직여도 기업의 재무 구조에 직접적인 압박이 가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부동산 기업이나 국영 금융기관 그리고 해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대기업들은 이러한 달러 표시 부채 구조에 취약하다. 달러 강세가 중국 경제 전반의 유동성 위험으로 번질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취약성은 과거에 이미 한 차례 현실로 드러난 바 있다. 2015년부터 2016년 사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자 달러 가치는 급등했고 위안화에는 강한 하방 압력이 가해졌다. 당시 중국에서는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했고 중국 당국은 약 80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쏟아부어 이를 방어해야 했다.
이 경험은 중국 정책 당국에 달러 강세가 군사적 위협 못지않은 경제적 위험이라는 인식을 각인시켰다. 중국 당국이 환율 방어에 과도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 역시 이러한 구조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관세 정책을 적극 활용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관세 자체로 미국이 재정적 이익을 얻기 어렵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를 협상 수단으로 최대한 활용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최근 흐름을 다시 보면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관세 적용을 조정하면서도 중국만을 주요 압박 대상으로 남겨두고 있다. 동시에 미국 국채 금리는 오르는 가운데 달러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면서도 위안화 대비로는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환율 방어 부담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구조다.
이처럼 미국은 관세와 달러 강세라는 두 가지 수단을 동시에 활용해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갈등의 종착지는 상호 이해관계의 조정에 있다. 미국은 무역 적자 축소를 원하고 중국은 달러 부채 부담을 덜 수 있는 환율 환경을 원한다. 이구조는 2019년 1단계 미중 무역 합의에서도 이미 한 차례 작동한 바 있다.
달러가 약세로 전환되면 글로벌 유동성은 확대되고 신흥국 자산과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세계 최대의 원자재 소비국이자 신흥국 공급망의 핵심에 있는 중국에 유리한 환경이다.
현재의 관세 공방은 표면적으로는 무역 갈등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달러를 중심으로 한 금융 구조가 진짜 전장이 되고 있다. 이 갈등은 향후 수년간의 경제 질서에서 누가 우위를 잡을 것인가를 놓고 양국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나가는 과정에 가깝다. 관세는 그 과정에서 사용되는 가장 직관적인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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