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의료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이 2025년 4월 중순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주가가 반 토막 나는 급락을 겪었다.
2025년 4월 11일까지만 해도 주당 600달러에 육박하던 주가는 5월 중순 들어 300달러 선을 위협받는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 같은 급변은 실적 쇼크, 사업 구조의 취약성 노출, 경쟁사 대비 부진 확인, 규제 리스크 재부각, 경영진 신뢰 훼손, 최고경영자 교체와 연간 전망 철회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진 결과다.
4월 17일 발표된 2025년 1분기 실적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매출은 1천96억달러로 전망보다 약 20억달러 적었고 조정 주당순이익도 예상에 못 미쳤다.
무엇보다 시장을 충격에 빠뜨린 것은 연간 실적 전망의 대폭 하향이었다. 기존 연간 주당순이익 전망치였던 29.5~30달러가 26~26.5달러로 낮아지면서 보험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수준의 가이던스 조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회사는 노년층을 중심으로 병원 진료 이용이 급증했고 특히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가입자의 외래 진료와 전문의 방문이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메디케어 어드밴티지는 정부가 민간 보험사에 노인 의료보험 운영을 맡기고 보험료를 지급하는 제도로 가입자의 의료 이용이 늘어날수록 보험사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
이 과정에서 의료비 대비 보험료 비율을 뜻하는 손실률이 급등했고 회사는 이를 통제하지 못했다. 여기에 수익성의 축으로 여겨지던 자회사 옵텀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옵텀은 보험 데이터 관리와 약국 혜택 관리 등 고수익 사업을 담당해 왔지만 신규 노인 가입자들의 과거 의료 이용 이력이 낮게 반영되면서 정부로부터 지급받는 보험료가 실제 위험도에 비해 낮게 책정됐다. 동시에 메디케어 수가 삭감 기조와 단체보험 가입자 이탈까지 겹치며 수익 구조 전반이 흔들렸다.
실적 발표 직후 월가에서는 목표주가 하향이 줄을 이었다. 주요 증권사들이 일제히 목표주가를 수십 달러씩 낮추거나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조정하면서 추가 매도 압력이 이어졌다.
공매도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급락 원인은 장기 투자자들의 기대 철회로 해석될 수 있다. 이어 4월 말 경쟁 보험사들의 실적이 공개되면서 이번 사태가 업계 전반의 문제인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경쟁사인 엘리번스 헬스와 휴마나는 의료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연간 가이던스를 유지하거나 실적이 예상 범위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은 의료 수요 증가 자체는 공통 현상이지만 이를 관리하지 못한 것은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내부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함께 잠잠했던 규제 리스크도 다시 부각됐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된 메디케어 위험점수 조정 방식은 수익성 압박 요인으로 남아 있었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연방거래위원회가 약국 혜택 관리 사업 관련 소송을 재개하면서 옵텀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법무부가 홈헬스 기업 인수를 반독점 문제로 제동을 건 점도 부담이었다. 결정타는 5월 초 제기된 집단소송이었다. 소송은 회사가 보험 승인 절차를 완화해 의료비가 늘어날 것을 인지하고도 이를 투자자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은 채 연간 전망을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회사는 2024년 말까지 가이던스를 유지하다가 2025년 4월 실적 발표에서 갑작스럽게 전망을 낮췄고 이로 인한 주가 급락이 투자자 손실로 이어졌다는 것이 소송의 핵심이다.
신뢰 훼손이 커진 상황에서 회사는 5월 13일 최고경영자를 전격 교체하고 2025년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아예 철회했다. 가이던스 철회는 기업이 향후 실적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조치로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의 극대화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사태는 미국 의료보험 산업의 특성과 기업 신뢰의 중요성을 동시에 드러냈다. 코로나-19 이후 미뤄졌던 진료 수요가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의료비가 급증했고 이를 얼마나 정교하게 관리하느냐가 기업 성과를 갈랐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규모와 사업 범위 면에서 여전히 경쟁사가 따라오기 어려운 위치에 있지만 한 달 사이에 드러난 관리 실패와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미국 최대 의료보험사라는 타이틀이 더 이상 만능 방어벽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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