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AI 반도체의 다음 병목, 전기 대신 빛을 쓰는 ‘광 인터포저’

  • 강혜원 기자
  • 입력 2025.07.10 16:50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AI 반도체 시장에서 최근 주목받는 기술 키워드 중 하나는 광 인터포저다. 반도체 성능 경쟁이 미세 공정이나 연산 유닛 개수만으로 설명되던 국면을 지나 이제는 칩과 칩 사이에서 데이터가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오갈 수 있는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다. 

 

GPU와 AI 가속기,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한 패키지 안에서 초고속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기존 전기 신호 기반 연결 방식의 한계가 점점 굳어지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전기 대신 빛을 이용해 칩 간 데이터를 전달하는 광 인터포저 기술이 차세대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광 인터포저는 반도체 칩들이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전기 신호가 아닌 광신호를 사용하도록 설계된 중간 매개체다. 기존 반도체 패키징에서는 전기 배선을 통해 신호를 전달했는데 이 방식은 데이터 속도가 빨라질수록 발열과 전력 소모가 급격히 늘어나는 한계를 안고 있다. 

 

반면 빛은 전기 대비 발열이 적고 신호 간 간섭이 거의 없으며 장거리 전송에서도 손실이 작다. 이 특성 덕분에 광 인터포저는 초고속 데이터 전송과 저전력 동작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다만 빛을 반도체 칩 위에서 정밀하게 제어하기 위해서는 실리콘 위에 나노 단위의 구조를 새겨 광 경로를 설계하고 레이저와 광수신기 같은 포토닉 부품을 집적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술 난도가 높다.


이 기술을 이해하려면 먼저 실리콘 인터포저의 역할을 짚을 필요가 있다. 실리콘 인터포저는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을 하나의 패키지에 밀집 배치하기 위해 등장한 구조물이다. 

 

반도체 성능 향상이 단일 칩의 집적도 증가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히면서, 여러 개의 칩을 하나의 패키지에 올리는 칩렛 구조가 확산됐다. 이때 각 칩을 매우 짧은 거리에서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실리콘 인터포저가 맡았다. 

 

실리콘 웨이퍼 위에 미세 배선을 직접 새겨 칩 간 통신 거리를 극단적으로 줄인 이 방식은 고대역폭 메모리와 AI 가속기에서 사실상 필수 요소가 됐다.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 구조를 주력 제품에 적용해왔다.


문제는 데이터 이동량이 폭증하면서 실리콘 인터포저 기반 전기 배선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이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GPU와 메모리 사이를 오가는 데이터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HBM이다. HBM은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고, 이를 GPU 바로 옆에 배치해 대역폭을 극대화한 구조다. 

 

하지만 HBM 역시 실리콘 인터포저를 통해 전기 신호로 연결되는 이상, 전송 속도와 전력 효율에서 물리적 한계를 피할 수 없다. 차세대 HBM4, HBM5로 갈수록 대역폭은 더 커지는데 이를 감당할 연결 구조가 문제로 남는다.


이 지점에서 광 인터포저가 대안으로 부상한다. 광 인터포저는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포토닉 레이어를 결합해, 칩 간 신호 전달을 광신호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전기 대신 빛을 사용함으로써 데이터 전송 속도는 테라비트급까지 확장 가능하고 비트당 에너지 소모는 크게 줄어든다. 2024년 발표된 관련 연구에서는 기존 실리콘 인터포저 기반 2.5D 구조 대비 광 인터포저 구조가 모델 실행 지연을 최대 수십 배 낮추고, 전력 소모를 대폭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센터와 AI 서버처럼 전력 효율이 곧 비용으로 직결되는 환경에서 이 차이는 무시하기 어렵다.


이 기술 흐름 속에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POET Technologies가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POET는 광 인터포저를 핵심 기술로 내세우는 기업으로 2021년 이후 주가 급락과 상장폐지 위기를 겪은 뒤 최근 1년 사이 큰 폭의 주가 반등을 기록했다. 

 

이 기업은 광 인터포저 관련 샘플 제품을 출하하며 소규모 매출을 발생시키기 시작했는데 아직은 기술 검증 성격에 가깝다. 매출 규모 역시 제한적이지만 광 인터포저가 실제로 제품 형태로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 자체가 상징성을 가진다.


상장사 외에도 비상장 기업과 대형 반도체 기업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의 라이트매터는 광 인터포저 기반 포토닉 슈퍼칩을 개발하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마벨 테크놀로지스는 실리콘 포토닉스와 RDL 인터포저를 결합한 AI 가속기 패키징 플랫폼을 공개하고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고객을 대상으로 양산을 준비 중이다. 

 

엔비디아 역시 네트워크 스위치 칩에 광 기반 기술을 적용하는 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유럽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클라우드 사업자와 협력해 데이터센터용 포토닉 칩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까지 광 인터포저는 기술적 가능성과 산업적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비용과 공정 난이도, 대량 생산 안정성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실리콘 공정과 포토닉 공정을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율 문제와 설계 복잡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변수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AI 연산 수요가 계속 확대되는 상황에서 칩 내부와 패키지 수준의 데이터 병목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성능 향상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광 인터포저는 중장기적으로 피할 수 없는 기술 경로로 거론되고 있다.

ⓒ 와이이코노미 & www.yeconomy.ai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AI 반도체의 다음 병목, 전기 대신 빛을 쓰는 ‘광 인터포저’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