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슬레저 시장이 다시 투자자들의 레이더에 올라왔다. 한때 재택근무 특수에 올라탄 일시적 유행으로 평가받던 운동복 기반 의류가 2026년 현재 미국 소비 구조의 일상 카테고리로 안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재택과 하이브리드 근무가 장기화되면서 정장과 캐주얼의 경계가 약해졌고 기능성과 편안함을 앞세운 애슬레저가 출근복과 외출복의 대체재가 되었다. 운동복과 일상복이 이제 하나로 합쳐진 소비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가 라이프스타일에 지출하는 비용이 점점 많아짐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는 곧 소속감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미국 애슬레저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8%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성장의 중심은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구간에 집중돼 있다. 원단 기능이나 디자인보다 브랜드 정체성과 커뮤니티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가 늘어나면서 평균 판매단가가 높은 브랜드의 매출 비중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와 같은 고물가 환경에서도 특정 브랜드 제품은 할인 없이 판매가 유지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관세와 원가 압박이 겹치면서 더욱 잘 드러난다. 의류 산업은 대부분 해외 생산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는 곧바로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원가가 오르면 기업은 가격 인상이나 마진 축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할인 판매에 의존해 온 브랜드는 재고 조정 국면에서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된다. 반면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유지되는 브랜드는 매출과 마진을 방어할 수 있다. 주식 시장은 이 차이를 실적 발표 시즌마다 수치로 확인하고 있다.
대표 기업인 룰루레몬(Lululemon Athletica)은 최근 분기에서 미국 내 수요 둔화와 관세 부담을 반영해 실적 전망을 조정했다. 다만 평균 판매단가는 여전히 업계 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남성 의류와 액세서리 확장을 통해 제품 믹스를 조정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이처럼 관세 부담을 공급망 다변화와 가격 전략으로 흡수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비상장 브랜드 Alo Yoga는 이런 산업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언급된다.
Alo Yoga는 요가복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제품 기능 설명보다는 웰니스 이미지를 강조하는 콘텐츠 전략과 소셜미디어 기반 커뮤니티 마케팅으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렸다. 이와 동시에 오프라인 스튜디오와 체험 공간을 결합한 확장 전략을 채택해 빠른 성장세를 달성했다.
애슬레저 시장은 운동 인구 증가와도 연결되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확산된 홈트레이닝 수요는 러닝 클럽과 요가 스튜디오 같은 오프라인 커뮤니티로 이어졌다. 피트니스 활동 또한 하나의 사회적 문화가 되었으며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이 문화 안에서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애슬레저 관련 종목은 제한적이다. 룰루레몬이 대표적이며 나이키(Nike)와 데커스 아웃도어(Deckers Outdoor) 같은 기업이 애슬레저 수요의 일부를 흡수하고 있다.
나이키는 퍼포먼스 중심 스포츠웨어 기업이지만 러닝화와 트레이닝복이 일상복으로 소비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데커스 아웃도어는 HOKA 브랜드를 통해 러닝화 수요를 흡수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상장 상태인 Vuori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투자자들은 애슬레저 시장을 볼 때 세 가지 지표에 주목한다. 가격 인상이나 할인 축소가 가능한지 여부, 관세 충격을 공급망 조정과 제품 믹스로 흡수하는 능력, 커뮤니티와 콘텐츠 중심의 마케팅 엔진이 지속 가능한지 여부이다.
이 지표는 실적 발표 때마다 매출 총이익률과 재고 회전율, 동일매장 매출 수치로 드러난다. 이는 원가가 상승하는 환경에서 브랜드 파워를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애슬레저는 이제 직장과 일상의 경계가 완화된 소비 구조 속에서 기본 의류 카테고리로 재편되었다. 관세와 원가 상승이라는 외부 변수가 브랜드의 가격 방어 능력을 시험하고 있지만 이 시험을 버텨낸 기업은 과거보다 한 단계 진일보된 재무 안정성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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