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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법원 ‘트럼프 관세 제동’...반도체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

  • 고건 기자
  • 입력 2026.02.2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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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통령의 긴급경제권한을 근거로 부과된 일부 관세를 위헌으로 판단했지만 반도체 산업에는 직접적인 충격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관세의 법적 근거가 흔들렸음에도 불구하고 칩 산업의 기존 통상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미국 시간 기준으로 연방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된 특정 관세가 헌법상 권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IEEPA는 국가 비상사태 시 대통령이 외환과 무역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이번 판결은 비상권을 광범위한 관세 정책에 적용한 것이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법적 다툼에서 사법부가 제동을 건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반도체 업계의 체감도는 낮다.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래스곤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국 주요 방송 인터뷰에서 IEEPA 관세는 반도체에 미치는 직접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상당수 반도체 제품이 IEEPA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기 때문이다. 칩 자체는 전략 물자 성격이 강해 기존에도 별도의 통상 체계로 관리돼 왔다.


현재 반도체를 둘러싼 무역 조치는 IEEPA 외에도 별도로 작동하고 있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법 301조 조치는 반도체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조사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절차도 진행 중이다. 

 

301조는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대응 수단이고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안보를 저해하는지를 따져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이들 조치는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계속 유효하다.


시장의 관심은 오히려 간접 효과에 쏠린다. 반도체는 단독으로 수입되기보다 스마트폰, 서버, 자동차, 산업 장비 같은 완제품 안에 탑재된 상태로 미국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완제품에 대한 관세 정책이 변동될 경우 소비자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판매가 위축되고 그 여파가 칩 주문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래스곤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흔들리는 점이 업계에 더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최근 반도체 업황은 관세 이슈보다 AI 수요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설비투자가 급증하면서 서버용 칩과 메모리, 반도체 장비 기업의 실적 전망이 빠르게 상향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약 8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올해 1조 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시장 내부에서는 종목 간 온도 차도 나타난다. AI 연산의 핵심 기업으로 꼽히는 엔비디아는 지난 9개월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지 못한 반면 메모리와 장비, 광통신 관련 종목은 강세를 보였다. 공급이 제한된 영역에서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된 영향이다.


대표 반도체 상장지수펀드인 iShares Semiconductor ETF와 VanEck Semiconductor ETF 등도 이번 판결 직후 큰 방향 전환을 보이지 않았다. 시장은 IEEPA 관세의 위헌 판단이 반도체 수요 구조 자체를 바꾸는 사건은 아니라는 점을 이미 반영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2026년 실적 가시성이 상당 기간 확보된 상태라고 보며 주요 데이터센터 고객사의 주문이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 반도체 사이클이 정점에 근접했다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주문 잔고와 설비투자 계획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급격한 둔화를 예상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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