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통령의 긴급경제권한을 근거로 부과된 일부 관세를 위헌으로 판단했지만 반도체 산업에는 직접적인 충격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관세의 법적 근거가 흔들렸음에도 불구하고 칩 산업의 기존 통상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미국 시간 기준으로 연방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된 특정 관세가 헌법상 권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IEEPA는 국가 비상사태 시 대통령이 외환과 무역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이번 판결은 비상권을 광범위한 관세 정책에 적용한 것이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법적 다툼에서 사법부가 제동을 건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반도체 업계의 체감도는 낮다.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래스곤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국 주요 방송 인터뷰에서 IEEPA 관세는 반도체에 미치는 직접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상당수 반도체 제품이 IEEPA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기 때문이다. 칩 자체는 전략 물자 성격이 강해 기존에도 별도의 통상 체계로 관리돼 왔다.
현재 반도체를 둘러싼 무역 조치는 IEEPA 외에도 별도로 작동하고 있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법 301조 조치는 반도체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조사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절차도 진행 중이다.
301조는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대응 수단이고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안보를 저해하는지를 따져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이들 조치는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계속 유효하다.
시장의 관심은 오히려 간접 효과에 쏠린다. 반도체는 단독으로 수입되기보다 스마트폰, 서버, 자동차, 산업 장비 같은 완제품 안에 탑재된 상태로 미국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완제품에 대한 관세 정책이 변동될 경우 소비자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판매가 위축되고 그 여파가 칩 주문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래스곤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흔들리는 점이 업계에 더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최근 반도체 업황은 관세 이슈보다 AI 수요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설비투자가 급증하면서 서버용 칩과 메모리, 반도체 장비 기업의 실적 전망이 빠르게 상향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약 8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올해 1조 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시장 내부에서는 종목 간 온도 차도 나타난다. AI 연산의 핵심 기업으로 꼽히는 엔비디아는 지난 9개월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지 못한 반면 메모리와 장비, 광통신 관련 종목은 강세를 보였다. 공급이 제한된 영역에서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된 영향이다.
대표 반도체 상장지수펀드인 iShares Semiconductor ETF와 VanEck Semiconductor ETF 등도 이번 판결 직후 큰 방향 전환을 보이지 않았다. 시장은 IEEPA 관세의 위헌 판단이 반도체 수요 구조 자체를 바꾸는 사건은 아니라는 점을 이미 반영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2026년 실적 가시성이 상당 기간 확보된 상태라고 보며 주요 데이터센터 고객사의 주문이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 반도체 사이클이 정점에 근접했다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주문 잔고와 설비투자 계획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급격한 둔화를 예상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BEST 뉴스
-
400억 달러 AI 펀드 '파산설'…반도체주 덮친 청산 공포
AI 전문 헤지펀드 '밸류얼라인드리서치어드바이저스(VARA)'의 파산설이 글로벌 반도체주 급락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헤지펀드는 소수 거액 투자자의 돈을 모아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다. 실제 청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VARA가 대량 보유한 종목들이 이번 주 매도세의 한가운데 있었다. 15일(미국 동부... -
캐시 우드 '스페이스X 줍줍' 멈췄다…로빈후드 팔고 코어위브·베라사이트 담아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가 이끄는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먼트(ARK Invest)가 지난주 스페이스X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지난 6월 상장 이후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사들이던 종목이다. 같은 기간 아크는 AI·바이오·방산 기술주를 늘리고 로빈후드와 테라다인 등 많이 오른 종목은 덜어냈다. 12일 시킹... -
일자리 2만9000개 '고용 쇼크'에 웃은 월가…나스닥100 사상 최고치
미국의 9월 일자리 증가 폭이 시장 예상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자 뉴욕증시가 일제히 올랐다. 고용 둔화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미룰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5% 오른 5만1176.96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500... -
"팬더는 왔지만 반도체는 없었다"…미중 정상회담 성과는 '두 달짜리 휴전 연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이 25일(현지시간) 마무리된다. 사흘간의 일정에서 나온 가장 큰 성과는 양국 무역 휴전을 두 달 연장하기로 한 합의다. 그 외에 AI 부문이나 지정학 현안에서 눈에 띄는 돌파구는 나오지 않았다. 휴전 연장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날 이미 공개됐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
연일 치솟는 국채금리…베선트가 급히 부른 '월가 채권통'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월가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저보스를 재무장관실 카운슬러로 영입했다. 국채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채권시장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시장과 직접 대화할 인물을 전면에 세운 것이다. 카운슬러는 장관을 보좌하는 고위 자문직으로 상원 인준이 필요 없어 ... -
트럼프 "경유 수출 막자"…에너지장관도 재계도 유럽도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유 수출을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국제 석유제품 시장이 출렁였다. 22일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유를 내보내지 말자고 행정부 내부에서 주장해 왔다며 결정은 빠르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스콧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
스타링크, 미국 4번째 이동통신사 노린다…"2036년 점유율 13%"
-
400억 달러 AI 펀드 '파산설'…반도체주 덮친 청산 공포
-
거꾸로 달리고 공중제비 돌았다…테슬라 '나는 스포츠카' 로드스터 9년 만에 공개
-
캐시 우드 '스페이스X 줍줍' 멈췄다…로빈후드 팔고 코어위브·베라사이트 담아
-
유럽이 끌어올린 테슬라…3분기 48만대 인도로 월가 예상 '완파'
-
아마존, 엔비디아 AI칩 80억달러어치 "팔고 다시 빌려 쓴다"
-
마이클 버리 "AI 열풍, 1960년대 컴퓨터 임대 버블과 닮았다"
-
S&P500 기업들 지금 너무 잘 번다?…골드만삭스 "거품 아닌 일시적 현상"
-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60여 년 만에 버크셔 회장직도 내려놨다
-
빅테크 몸값, 시장 평균으로 내려앉아…골드만 "프리미엄 사실상 소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