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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값 20% 급등, 브라질 가뭄·관세·투기 자금이 만든 삼중 충격

  • 고건 기자
  • 입력 2025.09.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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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커피 한 잔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8월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 세부 항목에 따르면 소매 커피 가격은 전년 대비 20% 넘게 상승했다. 통계로도 상승 강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은 여름 이후 50% 이상 뛰었다.


이 커피 가격 급등의 출발점은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생산국이다. 특히 미나스제라이스 지역은 아라비카 주요 산지다. 커피나무는 개화 시점에 충분한 강우가 있어야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힌다. 

 

올해는 그 시기에 가뭄이 길어졌다. 개화가 지연되거나 불완전해지면 당해 수확뿐 아니라 다음 해 수확량까지 줄어드는 구조다. 공급 감소 우려가 선물시장 가격에 먼저 반영됐다.


한편 베트남은 인스턴트 커피와 블렌딩 원두에 쓰이는 로부스타 최대 생산국이다. 올해 들어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작황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왔다. 

 

로부스타가 부족해지면 블렌딩용 원두 가격이 오르고 아라비카 수요가 일부 대체되면서 전체 시장 가격을 끌어올리는 압력이 생긴다. 두 산지의 동시 부진이 공급 측 긴장을 키웠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조치가 더해졌다. 미국은 브라질산 일부 커피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했다. 브라질은 미국의 최대 커피 수입국이다. 관세는 수입 단계에서 부과되는 세금으로 수입업자가 부담한 비용은 유통 단계를 거쳐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다. 

 

콜롬비아, 페루, 멕시코 등 다른 생산국이 대체 공급처로 거론되지만 생산 규모와 수출 인프라가 브라질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미국 내 원가 부담이 상승했다.


가격 상승은 실물 수급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선물시장은 미래 가격을 미리 사고파는 계약이 거래되는 곳이다. 생산자와 수입업자는 가격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선물을 활용하지만 헤지펀드와 단기 트레이더도 수익을 노리고 참여한다. 

 

기후 악화와 관세라는 재료가 겹치자 투기적 매수세가 유입됐다. 펀더멘털을 넘어선 가격 급등이 나타난 것이다.


기업들은 대응에 나섰다. 대형 체인과 식품기업은 통상 몇 달에서 1년 치 원두를 미리 정해진 가격에 사는 헤지 계약을 맺는다. 스타벅스와 더치브로스 같은 체인은 단기 급등에 즉각 노출되지 않도록 계약을 분산해 왔다. 

 

다만 높은 가격이 장기간 유지되면 기존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부터 비싼 가격으로 재계약해야 한다. 비용 압박은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공급망 다변화도 시도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브라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남미와 아시아 다른 산지와의 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량 한계로 충격을 완전히 흡수하기는 어렵다. 


결국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소비자 가격 인상이다. J.M. 스머커는 올해 두 차례 가격을 올렸지만 매출은 유지됐다. 가정용 커피는 일상 소비재에 가깝다. 가격 탄력성이 낮다는 점이 확인됐다.


기업별 영향은 각 기업들의 사업 방식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스타벅스, 더치브로스, 퍼스트워치처럼 원두가 매출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외식 브랜드는 민감하다. 원두와 관세가 동시에 오르면 이익률이 압박을 받는다. 일부 증권가는 원가 상승이 EBITDA를 수십 베이시스포인트 단위로 깎을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네슬레, 큐리그 닥터페퍼, 크래프트 하인즈 같은 대형 식품기업은 방어력이 있다. 커피 외에도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고 프리미엄 캡슐과 가공식품은 가격 전가력이 높다.


흥미로운 지점은 부재료다. 커피 가격이 오르면 단순 블랙커피보다 라떼와 프라푸치노 같은 혼합음료의 상대적 가격 차이가 줄어든다. 소비자가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부가가치 높은 음료를 선택할 유인이 생긴다. 이 경우 우유, 대체유, 설탕, 시럽 수요가 동반 확대될 수 있다. 

 

오틀리와 선옵타 같은 대체유 기업, 인그리디언과 IFF처럼 감미료와 향료를 공급하는 기업이 간접 수혜로 거론되는 이유다.


앞으로의 변수는 날씨와 정책이다. 브라질 개화기 강우량이 정상화되면 2026년 수확 전망이 개선되고 가격은 안정을 찾을 수 있다. 관세가 완화되면 미국 내 원가 압박도 줄어든다. 다만 현재로서는 공급 불확실성과 정책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한다. 

 

커피는 일상 소비재이지만 국제 곡물과 동일하게 기후와 무역정책, 금융자금의 영향을 받는 원자재다. 우리가 아침마다 마시는 커피 한 잔에는 수많은 글로벌 리스크가 응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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