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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프라 병목에 돈이 몰린다…광통신·메모리가 새 투자 전장으로

  • 임지민 기자
  • 입력 2026.04.1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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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월가의 시선이 GPU(그래픽처리장치)에서 그 주변을 둘러싼 인프라로 옮겨가고 있다. 

 

핵심은 두 가지다. 데이터센터 내 서버를 연결하는 광통신 부품과 AI 연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병목 구간에서 수익이 난다는 판단 아래 관련 기업 주가와 실적이 동반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규모가 커지면서 서버 간 데이터 전송이 새로운 병목으로 떠올랐다. 불과 15개월 사이에 GPU 클러스터 규모가 10만 개에서 100만 개 수준으로 커졌고 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설계의 복잡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기존의 전기 신호를 쓰는 구리선 방식으로는 이 속도와 대역폭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 이제 광섬유를 통해 빛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광통신 방식이 대안으로 자리잡으면서 레이저 칩·광모듈·광스위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우드사이드캐피털파트너스는 올해 열린 국제광통신회의(OFC 2026)를 두고 "무게중심이 완전히 AI 데이터센터와 그것을 떠받치는 광통신 인프라로 이동했다"고 평가했다. AI용 광통신 시장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연간 35~40%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광통신 기술에 2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루멘텀과 다년간 공급 계약을 맺고 미국 내 실리콘포토닉스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실리콘포토닉스는 광통신 기술을 반도체 칩 안에 통합하는 기술로 서버 내부에서 데이터를 더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게 한다. 

 

시스코도 AI 인프라 관련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로부터 받은 주문이 2026 회계연도 2분기에만 21억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회계연도 전체와 맞먹는 수준이다.

 

광통신 부품 기업들의 실적도 가파르게 올랐다. 루멘텀은 2026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6억 655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5% 이상 늘었다. 운영이익률도 25%를 넘었다. 회사 측은 다음 분기 매출 가이던스로 85% 이상의 연간 성장률을 제시했다. 

 

코히런트는 2026 회계연도 2분기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16억 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주목할 부분은 수주 대비 매출 비율을 나타내는 수주잔고 배수가 4배를 넘었다는 점으로 2027년까지 주문이 쌓여 있다는 뜻이다. 

 

소형 부품사인 어플라이드옵토일렉트로닉스(AAOI)는 2026년 연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인 1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브로드컴은 1.6테라비트(Tb)급 광트랜시버(서버 간 데이터 전송 모듈)를 위한 차세대 DSP 칩 타우루스를 공개했다. 이 칩은 광학 레인당 400기가비트(G) 전송 속도를 지원하며 기존 200G 대비 두 배의 대역폭을 제공한다. 브로드컴은 향후 5년간 이 규격의 광트랜시버가 1억 개 이상 출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 시장에도 구조적 변화가 진행 중이다. AI 가속기(AI 연산 전용 칩)에 탑재되는 HBM은 일반 D램 위에 여러 층의 메모리를 수직으로 쌓아 만드는 고성능 메모리다. 데이터를 GPU에 빠르게 공급할 수 있어 AI 연산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문제는 공급이다. HBM 웨이퍼(반도체 원판) 1기가바이트를 생산하는 데 일반 D램보다 4배 많은 생산 설비가 필요해 같은 공장에서 만들 수 있는 일반 D램 수량이 줄어든다.

 

마이크론은 2026 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2026년 HBM 물량 전체가 가격과 수량 모두 계약 완료 상태라고 밝혔다. 매출은 13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HBM TAM(전체 시장 규모)은 2025년 350억 달러에서 2028년 1000억 달러로 연평균 40% 성장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2분기 실적은 더 폭발적이었다. 매출 239억 달러로 전년 대비 196% 증가했고 비일반회계기준(Non-GAAP) 영업이익률은 69%에 달했다. 마이크론은 3월 엔비디아 GTC 행사에서 차세대 HBM4 36GB 제품의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 제품은 초당 2.8테라바이트(TB) 대역폭을 제공해 이전 세대 HBM3E 대비 2.3배 빠르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연간 영업이익 47조 2000억 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43조 6000억 원)를 앞질렀다. HBM 시장에서 62%에 가까운 점유율을 유지한 결과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 베라루빈용 HBM 공급 물량의 3분의 2 이상을 수주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회사 측은 2026년 HBM 출하량이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도 반격에 나섰다. 2026년 HBM 생산 능력을 월 25만 장 수준으로 약 50% 확대할 계획이며 HBM4 엔비디아 품질 인증 작업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부족은 가격에 즉각 반영됐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2026년 1분기 서버 D램 가격을 직전 분기 대비 60~70% 올렸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6년 전체 D램 가격이 47%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HBM 생산에 생산설비가 집중되면서 PC·스마트폰용 일반 D램 공급도 함께 줄어든 영향이다. IDC는 2026년 D램과 낸드 플래시 공급 증가율이 역대 평균치를 밑도는 각각 16%, 17%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투자업계는 이들 기업의 실적에서 매출 성장보다 매출총이익률 확대를 더 중요한 지표로 주목하고 있다. 공급 부족 국면에서 가격 결정권을 유지하면서도 실제 수익성이 높아지는지를 확인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의 비일반회계기준 매출총이익률은 현재 70%대를 향해 올라가고 있고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2026년 1분기 기준 42%로 8분기 연속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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