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피그마가 2026 회계연도 1분기에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실적을 내놓았다. 지난해 7월 상장 이후 가장 큰 폭의 어닝 서프라이즈로 평가받는다. 3월 중순부터 본격 시행한 AI 크레딧 유료화 정책이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피그마가 14일(현지시간) 발표한 1분기 매출은 3억3340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6% 늘었다. 시장 전망치 3억1600만달러를 5% 이상 웃돌았고 직전 분기 성장률 40%, 그 직전 분기 38%에서 두 분기 연속 가속했다. 조정 주당순이익은 0.10달러로 예상치 0.06달러를 67%가량 상회했다.
다만 회계기준상 영업손실은 1억3740만달러로 영업이익률은 -41%를 기록했다. 이는 AI 인프라 비용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유료 고객 수는 약 69만 명으로 1년 전 약 45만 명에서 54% 늘었다. 연간 10만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대형 고객은 1525곳으로 48% 증가했다. 기존 고객이 1년 사이 얼마나 더 많이 결제했는지를 보여주는 순매출유지율(NDR)은 139%까지 올라 2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기존 고객이 평균적으로 1년 전보다 약 1.4배 많은 금액을 쓰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AI 크레딧 유료화의 안착이다. 피그마는 그간 무료로 풀어 두던 AI 기능 사용량에 3월 18일부터 좌석(이용자 계정)별 한도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한도를 넘으면 추가 크레딧을 별도로 사야 한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4월 기준으로 한도를 초과한 조직·기업 플랜 이용자의 75% 이상이 추가 크레딧을 구매해 계속 사용했고, 그 가운데 95% 이상이 4월 말까지 플랫폼에 활발히 접속했다.
또 프로 팀 단위 고객 중 추가 크레딧을 사들인 곳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연간 환산 결제 규모가 평균 3배 컸다. 디자이너용 AI 기능에 실제로 돈을 낼 의향이 있는 수요층이 두텁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성장을 주도한 AI 제품군은 크게 세 가지다. 자연어 지시로 디자인과 프로토타입, 웹사이트를 만들어 주는 ‘피그마 메이크(Make)’, 3D 모델이나 이미지를 실사 수준의 시각물로 만들어 주는 ‘피그마 위브(Weave)’, 그리고 외부 AI 도구와 피그마 파일을 직접 연동해 주는 MCP(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 기능이다.
가장 큰 고객사들의 약 60%가 메이크를 주 1회 이상 사용하고 있으며, 정식 좌석으로 메이크를 쓰는 이용자의 80% 이상은 기존 디자인 도구도 함께 활용한다. 외부 AI 도구를 피그마 파일과 직접 연결해 쓰는 MCP 주간 활성 이용자 수는 직전 분기 대비 5배로 늘었다.
피그마는 외부 AI 코딩 도구와의 연동도 확대했다. AI가 생성한 화면을 피그마 안에서 편집 가능한 형태로 불러올 수 있는 ‘코드 투 캔버스’ 기능은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드’, 오픈AI의 ‘코덱스’, 그리고 커서, VS코드, 워프 등과 연결된다. AI가 코드를 빠르게 생산할수록 디자인 단계의 가치가 더 커진다는 회사 측 판단에 따른 행보다.
피그마는 연간 가이던스도 올렸다. 2026 회계연도 전체 매출 전망은 종전 13억6600만~13억7400만달러에서 14억2200만~14억2800만달러로 약 5500만달러 상향했다.
조정 영업이익 전망 역시 2500만달러 올려 1억2500만~1억3500만달러로 제시했다. 2분기 매출은 3억4800만~3억5000만달러로 안내했다. 다만 매출총이익률은 직전 분기 86%에서 82%로 내려갔다. 회사 측은 AI 추론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어 마진의 하한선을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신 작업의 복잡도에 따라 사용 모델을 달리 적용하는 방식과 피그마 자체 디자인 데이터로 학습한 자체 모델 개발을 통해 비용을 통제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경쟁 환경은 만만치 않다. 지난 2월 구글은 무료 AI 디자인 도구 ‘스티치’를 공개했고, 4월에는 앤트로픽이 피그마의 핵심 영역을 직접 겨냥한 ‘클로드 디자인’을 내놨다. 어도비와 캔바 같은 기존 경쟁사 외에 AI 기업들까지 디자인 도구 시장에 뛰어든 상황이다.
한편 피그마는 1분기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가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적시했다. 자사 연방정부용 AI 기능이 클로드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만큼 정부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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