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의 무게중심이 노보 노디스크에서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오젬픽과 위고비가 시장을 열었다면 일라이 릴리는 마운자로와 젭바운드, 그리고 새로 승인받은 경구용 알약 파운다요까지 갖추며 제품군을 완성했다.
1876년 설립된 일라이 릴리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본사를 둔 대표 제약사로 당뇨병, 항암, 면역질환, 신경계 질환을 주력으로 한다. 최근 기업가치 급등의 중심에는 비만치료제 사업이 있다. 2025년 연매출은 651억79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고 올해 1분기 매출은 197억9900만달러로 56% 늘었다.
같은 분기 순이익은 73억96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68% 증가했다. 회사는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820억~85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기존 800억~830억달러에서 20억달러 늘린 수치다.
핵심 성장 동력은 ‘티르제파타이드’라는 단일 성분에서 파생된 두 제품이다. 마운자로는 당뇨병 치료제, 젭바운드는 비만치료제로 판매된다.
두 제품의 1분기 매출은 각각 86억6200만달러와 41억6000만달러로 합산 128억달러를 넘었다. 마운자로는 전년 동기 대비 125%, 젭바운드는 80% 증가했다. 미국 GLP-1 비만·당뇨치료제 시장에서 일라이 릴리의 점유율은 60%를 넘어섰고 노보 노디스크는 40% 안팎으로 밀렸다.
여기에 새로 가세한 무기가 경구용 비만치료제 파운다요(성분명 오포글리프론)다. 파운다요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4월 1일 승인한 알약 형태의 GLP-1 계열 비만치료제다.
기존 오젬픽이나 젭바운드처럼 주사로 맞을 필요 없이 하루 한 번 복용한다. 식사나 물 섭취 시간을 가리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경구용 GLP-1 치료제다. 임상시험에서는 최고 용량 복용 시 평균 12.4%의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됐다.
FDA는 이 제품을 ‘국가우선검토 바우처’ 제도를 통해 신청 50일 만에 승인했는데 2002년 이후 신물질 신약 가운데 가장 빠른 승인이다.
판매도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4월 6일 일라이 릴리의 직접판매 채널인 ‘릴리다이렉트’에서 출하가 시작됐고 4월 9일부터 미국 전역의 약국과 원격의료 업체로 공급이 확대됐다. 가격은 민간보험 가입자의 경우 월 25달러, 자비 부담 시 최저 용량 기준 월 149달러다.
5월 중순 기준 약 2만명의 환자가 파운다요를 복용하고 있고 이 중 80%는 GLP-1 계열 치료제를 처음 쓰는 신규 환자다. 월가에서는 출시 첫해인 올해에만 15억~28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차세대 파이프라인도 준비돼 있다. 선택적 아밀린 수용체 작용제 ‘엘로랄린타이드’는 GLP-1과 다른 기전으로 식욕을 조절하는 후보물질이다. 아밀린은 식사 후 인슐린과 함께 분비돼 포만감을 유도하는 호르몬으로 GLP-1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표적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임상 2상에서 최고 용량 투여 환자는 48주간 평균 20.1%의 체중 감량을 보였고 위약군은 0.4%에 그쳤다. 일라이 릴리는 이를 바탕으로 ‘인라이튼-1’이라는 3상 시험을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2028년 이후 상용화 가능성에 주목한다.
주가에는 이런 기대가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지난해 말 제약사로는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잠깐 넘긴 뒤 올해 들어 850억~910억달러 사이를 오가고 있다. 현재 주가는 1020달러 안팎으로 1000달러 선을 다시 넘어섰다.
월가 분석가 44명의 12개월 목표주가 중간값은 1255달러, 최고치는 시티그룹의 1500달러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목표가를 1327달러에서 1344달러로 올렸고 캔터 피츠제럴드는 1205달러에서 1230달러로 상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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