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20일(현지시간) 발표한 2027 회계연도 1분기(2~4월) 실적에서 매출 816억 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440억 달러에서 85% 증가한 수치로 시장 예상치 788억 달러를 28억 달러 웃돌았다. 조정 주당순이익은 1.87달러로 예상치 1.76달러를 넘어섰다.
매출의 92%를 차지하는 데이터센터 부문이 75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2% 늘었다.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부터 데이터센터 사업을 두 갈래로 쪼개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 같은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에 공급하는 '하이퍼스케일' 부문이 380억 달러, AI 전문 클라우드와 산업·기업 고객을 묶은 'ACIE' 부문이 370억 달러다. PC와 워크스테이션, 로보틱스, 자동차용 칩 등을 묶은 '엣지 컴퓨팅' 부문 매출은 64억 달러였다.
수익성 지표인 비일반회계기준(non-GAAP) 매출총이익률은 75%로 직전 분기와 같은 수준을 지켰다. 신제품 전환기에 마진이 깎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가격 결정력이 유지됐다.
회사는 다음 분기 매출을 910억 달러로 제시했다. 시장 예상치 870억 달러를 40억 달러 이상 뛰어넘는 수치다. 이 가이던스에는 중국 데이터센터향 매출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 분기 중국에 출하한 호퍼(Hopper) 계열 AI 칩 매출은 0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의 46억 달러에서 사라졌다.
주주환원도 대폭 늘렸다. 분기 배당금을 주당 0.01달러에서 0.25달러로 25배 올렸고 자사주 매입 한도를 800억 달러 추가로 승인했다. 기존 남아 있던 385억 달러까지 더하면 시장에서 자사 주식을 다시 사들일 여력이 1180억 달러 수준이다.
발표의 핵심은 신형 중앙처리장치(CPU) '베라(Vera)'에 모였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절대 강자지만 CPU는 인텔과 AMD가 오래 지배해 온 영역이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콜에서 베라가 회사에 2000억 달러 규모의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열어줬다고 밝혔다. 올해 베라 단독 CPU 매출만 2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가시성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베라는 지난 3월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행사 GTC에서 공개된 제품이다.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 기반의 자체 설계 코어 '올림푸스' 88개를 탑재했고 메모리 대역폭은 초당 1.2테라바이트다. 회사 측은 같은 크기의 기존 데이터센터용 CPU보다 처리 속도가 50% 빠르고 전력 효율이 두 배라고 설명했다.
황 CEO가 베라를 '에이전트 AI(agentic AI)용 세계 최초의 CPU'라고 강조한 이유는 칩 설계의 방향성에 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다음 단계로 진화한 '에이전트 AI'는 사용자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쪼개고 외부 도구를 호출해 처리하는 AI를 가리킨다.
황 CEO는 모델이 '생각'하는 데는 GPU가 쓰이지만 그 생각의 결과를 받아 실제 작업을 처리하고 도구를 다루는 일은 대부분 CPU 몫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CPU가 여러 앱을 동시에 빠르게 처리하는 데 최적화된 것과 달리 베라는 AI가 생성하는 데이터 단위(토큰)를 가능한 한 빠르게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베라 CPU와 신형 GPU '루빈(Rubin)'을 결합한 차세대 시스템 '베라 루빈'은 올해 3분기부터 양산 출하에 들어간다. 아마존웹서비스,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오라클 클라우드, 코어위브 등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가 도입 계획을 확정했다. 오라클은 2026년부터 베라 CPU 수십만 개를 배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새 고객으로는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이 이번 분기 명단에 올랐다. 황 CEO는 앤트로픽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아마존웹서비스, 코어위브를 통해 엔비디아 시스템 위에서 자사 AI 모델 '클로드'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메타와도 자체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AI 인프라 전반에 걸쳐 수백만 개의 블랙웰·루빈 GPU를 공급하는 다년 계약을 맺었다.
엔비디아가 공시한 공급 계약 규모는 1190억 달러로 직전 분기 952억 달러에서 다시 늘었다. 황 CEO는 컨퍼런스콜 말미에 "AI가 실제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폭발적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전 세계가 에이전트 AI와 물리적 AI를 위한 컴퓨팅 구조를 다시 짜고 있고 엔비디아가 그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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