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AI 시설 확충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847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유상증자는 회사가 새 주식을 찍어 외부 투자자에게 팔고 그 대금을 자본으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알파벳은 현지시간 1일 장 마감 직후 800억 달러 증자 계획을 처음 공개했다. 그러나 투자 수요가 회사가 내건 조건을 넘어설 만큼 몰리면서 이튿날 규모를 847억 5천만 달러로 늘려 가격을 확정했다. 미국 상장 기술기업이 한 번에 조달한 주식 발행액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번 증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돈을 모으는 방식에 있다. 구글은 그동안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올 필요가 거의 없던 회사다. 본업에서 들어오는 현금이 워낙 많아서다.
알파벳이 지난해 3월까지 1년간 영업으로 번 현금만 1740억 달러에 이른다. 오히려 남는 돈으로 10년 가까이 자사주를 사들여 주식 수를 줄여 왔다.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 쥔 주식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그런 회사가 새 주식을 찍어 파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AI 투자에 드는 돈이 본업에서 버는 현금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알파벳은 최근 1년 사이 이미 6개 통화 시장에서 850억 달러가 넘는 회사채를 발행했다. 회사채는 회사가 발행하는 차용증으로 정해진 기간 뒤 이자와 함께 갚아야 하는 빚이다.
이로써 총부채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선 상태에서 구글은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빚이 아닌 주식 발행까지 동원한 것이다.
이번에 조달되는 자금은 세 갈래로 나뉜다. 300억 달러는 증권사가 주식을 전량 사들인 뒤 시장에 되파는 인수공모 방식이다.
이 가운데 약 180억 달러는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클래스 A)와 의결권이 없는 자본주(클래스 C)이고 나머지 167억 5천만 달러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보통주로 바뀌는 우선주다. 골드만삭스 JP모간 모간스탠리가 공동 주관을 맡았다.
400억 달러는 시장 상황을 봐가며 주식을 조금씩 내다 파는 시장가 발행(ATM) 방식으로 3분기부터 진행한다. 이 부분은 AI 투자보다 임직원에게 지급한 주식 보상에서 발생한 약 300억 달러의 세금을 메우는 데 주로 쓰인다.
남은 100억 달러는 워런 버핏이 이끌던 버크셔 해서웨이가 사들인다. 특정 투자자에게만 신주를 배정하는 제3자 배정 방식이다. 버크셔는 클래스 A를 주당 351.81달러에 50억 달러어치 클래스 C를 주당 348.20달러에 50억 달러어치 매입한다. 모두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값이다.
이번 결정은 버핏의 뒤를 이은 그렉 아벨 신임 최고경영자 체제에서 이뤄졌다. 버크셔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알파벳 지분을 사 모아 왔고 이번 매입으로 보유분이 약 220억 달러에서 320억 달러 수준으로 불어나 애플 코카콜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핵심 종목이 된다.
알파벳은 증자 배경으로 기업과 소비자의 AI 수요가 회사가 댈 수 있는 공급을 넘어섰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로 구글 클라우드 부문은 매출이 1년 전보다 63% 늘었고 아직 매출로 잡히지 않은 계약 잔액만 4620억 달러에 달한다.
확보한 돈은 올해 1800억~1900억 달러로 책정된 설비투자에 투입된다. 설비투자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같은 생산 기반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블룸버그는 알파벳의 설비투자가 2027년 3000억 달러까지 늘 수 있다고 봤다.
구글뿐 아니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도 올해 인프라 투자를 일제히 늘리고 있어 업계 전체 투자액이 7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알파벳 주가는 발표 당일 2.57% 떨어진 363달러에 마감했고 이후 거래에서 한때 3.77%까지 밀렸다. 인수 주식분 결제는 4일 예탁증서분은 5일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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