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직접 설계한 AI 반도체를 다른 기업에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안에서만 빌려주던 칩을 외부에 팔겠다는 것으로 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온 엔비디아에 정면으로 맞서는 움직임이다.
아마존의 AI 부문 책임자인 피터 디샌티스는 18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자체 AI칩 '트레이니엄'을 다른 기업의 데이터센터에서 쓸 수 있도록 판매하는 방안을 두고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기업이 살 수 있을지 구체적인 대상은 언급하지 않았다.
트레이니엄은 아마존이 2020년 선보인 AI 전용 반도체다.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특화된 칩으로 그동안 일반 기업이 직접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AWS 클라우드에 접속해 빌려 쓰는 방식으로만 제공돼왔다. 클라우드는 데이터센터에 갖춰둔 컴퓨터 자원을 인터넷을 통해 빌려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자사 칩 사업을 따로 떼어내 다른 회사들처럼 AWS와 외부 기업 모두에 칩을 판다면 연간 매출 규모가 약 5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요가 워낙 많아 앞으로 외부에 칩을 묶음 단위로 판매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칩 판매가 현실화하면 엔비디아에는 적지 않은 위협이 된다. 엔비디아는 현재 연간 매출 환산 기준 3260억달러 규모로 트레이니엄의 500억달러가 당장 엔비디아를 흔들 수준은 아니다. 다만 이 액수는 오랜 기간 반도체 시장을 이끌어온 인텔의 연간 매출과 맞먹는다.
아마존이 그동안 칩 외부 판매를 꺼려온 데는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칩 자체를 파는 것보다 클라우드에서 빌려줄 때 벌어들이는 돈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칩이 처리하는 AI 연산량에 따라 요금을 받을 뿐 아니라 데이터 저장, 보안, 네트워크, 시스템 감시 등 AI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여러 부가 서비스에서도 요금을 거둬들인다. 칩만 따로 팔면 이런 연쇄적인 수익을 놓치게 된다.
물량 부족도 걸림돌이다. 재시 CEO는 4월 서한에서 현재 나와 있는 트레이니엄 칩이 생산되자마자 거의 즉시 동났다고 밝혔다. 1년 이상 지나야 출시되는 차세대 칩 '트레이니엄4' 역시 미리 확보된 물량이 모두 팔린 상태다.
외부에 칩을 팔려면 지금 줄을 서서 기다리는 기존 고객을 더 오래 대기시켜야 하는 셈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칩 생산을 대폭 늘려야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아마존은 대만 TSMC에 칩 제조를 맡기고 있는데 TSMC는 반도체를 위탁받아 생산해주는 세계 최대 기업이다.
최근 엔비디아가 애플을 제치고 TSMC의 최대 고객 자리에 올라선 만큼 아마존이 생산 물량을 더 확보하려면 엔비디아와 한정된 생산 능력을 두고 경쟁해야 한다.
디샌티스는 외부 판매가 AWS 사업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AI 분야의 수요가 아직 충분히 채워지지 않았다며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연산용 칩인 '그래비톤'의 성장도 함께 거론했다. 그래비톤은 아마존이 최근 메타에 공급하기 시작한 칩으로 지난 3년간 아마존이 자사 시스템에 가장 많이 추가한 반도체다.
트레이니엄과 그래비톤, 네트워크 처리용 칩 '니트로'를 아우르는 아마존의 자체 반도체 사업은 올해 1분기 연간 매출 환산 기준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이미 오픈AI는 AWS를 통해 약 2기가와트 규모의 트레이니엄 연산 능력을 확보했고 앤스로픽은 최대 5기가와트 규모를 쓰기로 했다. 차량 호출 업체 우버도 고객이다. 아마존은 4월 기준 트레이니엄으로 2250억달러가 넘는 매출 약정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소식이 전해진 18일 아마존 주가는 장중 한때 2%대 올라 243달러까지 상승했다. 아마존과 함께 트레이니엄 설계에 참여해온 반도체 기업 마벨의 주가도 같은 날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썸네일 사진 출처: 아마존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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