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헤지펀드들의 미국 기술주 매도가 기록적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가 대형 헤지펀드의 실제 매매 흐름을 집계하는 프라임 서비스 부문의 분석에 따르면 6월 25일로 끝난 한 주 동안 헤지펀드들은 IT 업종 주식을 골드만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팔아치웠다.
이번 매도 강도는 2024년 8월을 넘어섰다. 당시는 미국 대형 기술주 100종목을 묶은 나스닥100 지수가 고점 대비 10% 넘게 빠지며 이른바 조정 국면에 진입했던 시기였다. 시장이 크게 흔들렸던 그때보다도 이번 기술주 이탈 규모가 더 컸다는 의미다.
기술주 매도는 미국 증시 전반에서 나타난 자금 이탈의 일부였다. 골드만삭스는 이 기간 헤지펀드가 판 미국 주식 전체 규모가 2025년 4월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급락장 이후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해방의 날은 지난해 4월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발표 여파로 증시가 급락했던 날을 가리킨다.
매도의 중심에는 미국 증시를 주도해 온 대형 기술주 7종목,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이 있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회사) 메타 테슬라가 여기에 속한다. 골드만삭스 집계에서 이들 7개 종목이 미국 헤지펀드 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5%까지 내려갔다.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비중은 2026년 들어 6개월 만에 7%포인트 줄었다. 반년 감소폭으로는 2022년 약세장 이후 가장 크다. 한때 거의 모든 헤지펀드 포트폴리오에 담겨 있던 7종목의 지배력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수치 이면의 흐름은 더 극적이다. 앞서 6월 12일에는 JP모건이 고객들에게 돌린 보고서를 통해 일부 헤지펀드가 대형 기술주 비중을 줄이는 것을 넘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포지션까지 새로 잡았다고 전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미리 판 뒤 값이 떨어지면 되사서 갚아 차익을 노리는 거래다.
오르면 이익을 보는 통상적 보유(롱)와 반대 방향의 베팅이다. 이 시기 헤지펀드들은 소프트웨어 종목을 특히 많이 팔았고 반도체 종목에는 상대적으로 매수세를 유지했다. 은행 등 금융주를 담은 상장지수펀드(ETF)가 가장 많이 사들여진 상품이었다.
기관 투자자만 발을 뺀 것은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반다리서치 집계를 보면 개인 투자자들도 6월 중순 사흘 연속 개별 종목을 순매도했다. 이런 흐름은 2020년 3월 이후 처음 나타난 것으로 반도체주와 급등했던 인공지능(AI) 관련주가 매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다만 이번 후퇴가 곧 증시 하락을 예고한다고 보기는 이르다. 골드만삭스 분석에서도 헤지펀드 전체 포지션이 극단적 수준에 이른 것은 아니라는 진단이 나온다.
골드만의 존 플러드는 오히려 매그니피센트 7 이탈의 상당 부분이 6월 이후 늘어난 공매도에서 비롯된 만큼 향후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미국 IT 업종 전체에 대한 헤지펀드 노출은 5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올라 있다.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업종으로는 자금이 계속 들어와 관련 투자 비중이 올해 들어 두 배로 늘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특정 대형주에 쏠렸던 자금이 사라진 게 아니라 값이 상대적으로 싸거나 실적 기여가 넓은 다른 종목으로 이동하는 순환매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다.
시장의 관심은 상장지수펀드로 옮겨간다. 상장지수펀드는 여러 종목을 묶어 지수처럼 사고팔 수 있게 만든 상품이다.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QQQ나 기술업종에 집중한 XLK VGT 같은 펀드에는 개인과 패시브(지수 추종) 자금이 여전히 몰리고 있다. 헤지펀드가 빠져나가는 방향과 정반대다. 매그니피센트 7에 균등하게 투자하는 MAGS 같은 상품도 이번 자금 이동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그 배경에는 성과 부진이 자리한다. 7종목 가운데 6개가 2025년 초 이후 S&P500 지수 상승률을 밑돌았고 알파벳만 지수를 소폭 웃돌았다. 주도주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밸류에이션 부담과 지나친 쏠림에 불편함을 느낀 일부 전문 투자자들이 먼저 짐을 덜어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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