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온 기업들의 수익성이 실제로 개선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JP모건 프라이빗뱅크에서 글로벌 투자전략을 총괄하는 스티븐 파커 공동대표는 22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해 AI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기업들의 이익률이 S&P500 지수 전체 평균보다 더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익률은 매출에서 각종 비용을 뺀 뒤 남는 이익의 비중을 뜻하며 기업이 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JP모건은 기술주뿐 아니라 금융, 산업재 등 여러 업종에 걸쳐 AI에 대규모로 투자한 기업들을 묶은 별도의 종목군을 만들어 추적하고 있다. 파커 대표는 이 종목군의 이익률 개선 속도가 시장 평균을 웃돌고 있으며 이는 AI 투자가 성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이 현재와 같은 속도로 투자를 이어가고 투자자들이 그 자금을 계속 대주기 위해서는 결국 이런 수치가 확인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커 대표가 주목한 또 다른 변화는 상승 주도주의 확산이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시장의 관심은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 등 7개 대형 기술주와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이들 7개 종목의 주가는 오히려 하락한 반면 지수는 계속 상승했다. 파커 대표는 산업재와 유틸리티, 금융 업종이 고르게 힘을 내면서 시장 참여의 폭이 넓어졌다고 진단했다.
실제 수치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종목별 비중을 시가총액이 아닌 동일하게 맞춘 동일가중 S&P500 지수는 연초 이후 11.87% 올라 시가총액 가중 방식의 기존 지수 상승률 10.66%를 앞섰다. 대형주에 유리한 계산 방식을 쓰지 않았을 때 오히려 성적이 더 좋다는 뜻으로 중소형 종목까지 상승세가 퍼졌음을 보여준다.
스테이트스트리트에 따르면 매그니피센트 7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S&P500 지수를 7.6% 밑돌았고 지수 상승에 가장 크게 기여한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이들 7개 종목은 3개에 그쳤다. 2024년만 해도 7개 전부가 상위권에 있었다.
실적 시즌 초반 성적표도 양호하다. 파커 대표는 지금까지 발표를 마친 기업의 약 90%가 시장 예상치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시장의 기대 수준이 이미 높아진 만큼 예상을 밑도는 기업은 주가 하락 폭이 클 수 있다고 경계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2분기 매그니피센트 7의 순이익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1.1%로 추정되며 나머지 493개 기업의 증가율은 22.8%로 집계됐다. 이 수치가 확정되면 493개 기업 기준으로는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지수 전체 이익 증가에 기여한 상위 5개 기업 중 4곳은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셰브런, 엑손모빌, 브로드컴으로 매그니피센트 7에 속하지 않는다.
파커 대표는 두 가지를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첫째는 AI 설비투자, 즉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인프라에 들어가는 자금 집행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경우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 시장 상승세 확산의 전제 조건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현재로서는 지출이 꺾이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둘째는 물가가 다시 크게 오르면서 미국 중앙은행이 시장 예상보다 강하게 금리를 올렸던 2022년 상황이 반복되는 경우다.
두 번째 위험은 이미 시장에서 감지되고 있다. 중동 지역 긴장이 이어지며 국제유가가 급등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7달러, 브렌트유는 92달러를 넘어섰다.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오후 기준 금리선물 시장은 이달 회의에서 금리가 인상될 확률을 34%로 반영했다. 일주일 전 10%에서 크게 뛴 수치다. 9월까지 0.25%포인트 이상 인상될 확률은 78%로 나타났다. 연방준비제도는 28~29일 회의를 앞두고 위원들의 공개 발언이 금지되는 기간에 들어가 있다.
AI 인프라 투자를 둘러싼 자금 조달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올해 들어 AI 관련 채권 발행 규모가 약 4890억달러에 달했고 이 가운데 40%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하이퍼스케일러가 차지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기업들이 자체 현금만으로는 투자 재원을 감당하지 못해 빚을 내고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종은 이달 초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 마이크론 주가가 하루 13% 급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지난 12개월간 130% 오른 뒤 되돌림을 보였다. 소프트웨어 업종 역시 AI가 기존 사업 모델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로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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