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넘게 지지부진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8월 들어 가파른 반등을 그렸다. 8월 27일 기준 비트코인은 다시 8만 달러 선을 넘어섰다. 최근 30일 동안 약 23% 올랐지만 지난해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38%가량 낮은 수준이다.
이번 반등을 이끈 것은 미국 재무부의 정책 변화,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 규제 기대감이다.
가장 먼저 시장을 흔든 것은 재무부였다. 미국 재무부는 8월 19일 만기가 긴 국채를 시장에서 되사들이는 '바이백' 규모를 회당 약 2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 이상으로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바이백은 정부가 이미 발행한 국채를 다시 매입해 채권시장에 돈을 풀고 유동성을 높이는 조치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8월 20일 조치의 목적이 장기 금리 상승 압력을 낮추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 조치는 9월 9일부터 시행된다.
국채를 대량으로 되사들이면 장기 채권 금리가 내려가고 달러 가치도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투자자들은 화폐 가치 하락을 피하기 위해 비트코인이나 금처럼 발행 주체의 신용에 얽매이지 않는 자산으로 눈을 돌린다.
실제로 발표 직후 장기 국채 금리가 떨어지고 달러가 밀리면서 비트코인과 금이 동반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흐름을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해 실물·희소 자산을 사들이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라고 부른다.
두 번째 힘은 ETF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투자자가 코인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증권계좌를 통해 비트코인 가격에 투자할 수 있게 해주는 상품이다. 이 상품으로 기관 자금이 다시 몰려들었다. 8월 21일까지 한 주 동안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약 19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8월 20일 하루에만 6억 600만 달러가 들어왔다. 8월 26일까지는 8거래일 연속 순유입을 기록해 이 기간에만 약 28억 달러가 유입됐고 8월 한 달 전체로는 30억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 가장 강한 달이다. 자금 대부분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아이셰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로 향했다.
다만 연간으로 보면 상황이 다르다. 5월부터 7월까지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간 탓에 비트코인 현물 ETF는 2026년 누적 기준으로 여전히 약 25억 달러 순유출 상태다. 8월의 유입은 그동안 빠져나간 돈의 절반가량을 되돌렸을 뿐이다.
세 번째는 규제 기대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가상자산 업계 경영진과 규제 당국을 불러모아 '클래리티법(CLARITY Act)' 처리를 의회에 촉구했다.
이 법안은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자산을 증권으로 볼지 상품으로 볼지 명확히 구분하고,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가운데 어느 기관이 관할하는지를 정하는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규제 소관이 불분명해 대형 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이 시장 진입을 주저해왔다.
법이 통과돼 규제 불확실성이 걷히면 기관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됐다. 상원은 9월 15일 이 법안에 대한 절차 표결을 잡아둔 상태다.
가격 상승 속도를 키운 것은 '숏 스퀴즈'였다. 숏 스퀴즈란 가격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예상과 달리 가격이 오르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코인을 사서 포지션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매수세가 몰려 가격이 더 급등하는 현상이다. 가격이 오르는 동안 약 15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숏 포지션이 청산됐고, 이 가운데 약 7억 달러가 단 1분 만에 정리됐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신중과 기대가 엇갈린다. 낙관론자들은 클래리티법이 통과돼 대형 금융기관의 규제 부담이 줄면 기관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비트코인이 10만 달러 선까지 다시 오를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비트코인이 8만 달러 위에서 안착하지 못한 만큼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도 함께 나온다.
거시 환경에 주목하는 쪽에서는 미국의 국가 부채가 25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점, 이자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점, 일본에서 대규모 국채 매도가 나올 가능성 등이 달러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반대로 이런 위기가 비켜가고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서더라도 달러 약세와 국채 금리 하락이 나타나 시장이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어느 경로든 비트코인에는 우호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썸네일 사진 출처: 구글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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