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투자은행과 증권가의 실무를 겨냥한 AI 서비스를 내놨다. 회사는 지난 10일 기업용 챗봇 '챗GPT'를 금융 산업에 맞춰 재설계한 '챗GPT 포 파이낸셜 서비스(ChatGPT for Financial Services)'를 공개했다.
이 서비스는 기업용 제품인 '챗GPT 워크'를 금융권 전용으로 개조한 것이다. 오픈AI가 이달 초 선보인 최신 AI 모델 'GPT-6 아스트라(Astra)'가 탑재됐다. 회사는 기업 정보 조사, 재무 모델 작성, 고객사에 제출할 자료 제작 등 금융 실무를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제품 개발에는 모건스탠리와 에버코어가 '디자인 파트너'로 참여했다. 서비스를 실제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지 함께 설계하는 협력사라는 뜻이다.
두 회사는 은행원들이 어디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뺏기는지 짚어냈고 오픈AI는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의 첫 대상을 투자은행과 증권 리서치 업무로 정했다.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완성도 높은 문서로 바꾸는 과정이 실무자들의 가장 큰 부담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제품이 정조준한 것은 이른바 '주니어 뱅커'의 업무다. 투자은행에 갓 입사한 신입 직원들은 기업을 조사하고 재무 데이터를 분석해 '피치북(pitchbook)'이라 불리는 사업 제안용 발표 자료를 만든다.
흔히 주당 100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으로 알려진 일이다. 오픈AI 제품 담당 부사장 닉 털리는 브리핑에서 챗GPT가 분석가처럼 기업을 조사하고 그 결론의 근거까지 제시하도록 훈련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시연에서는 서비스가 인수합병(M&A) 대상 기업을 분석하고 업계 표준 데이터에서 재무 수치를 끌어와, 특정 은행의 양식에 맞춘 파워포인트 발표 자료를 자동으로 완성했다.
일반 기업용 제품과 가장 큰 차이는 금융 데이터가 곧바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서비스에는 기업 실적발표 녹취록, 재무제표, 기업 기초 정보 등을 제공하는 데이터 업체 달루파, 피치북, LSEG 뉴스, 크런치베이스의 자료가 내장됐다. 오픈AI는 이 데이터를 자사 서버에 직접 색인해 저장하는 방식으로 검색 정확도와 속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이미 데이터 구독 서비스를 쓰고 있는 금융사를 위한 연동 기능도 마련했다. 오픈AI는 S&P 캐피털 IQ, LSEG, MSCI, 다우존스 팩티바, 무디스 등과 '통합 로그인' 방식을 논의 중이다.
이용자가 챗GPT 계정으로 접속하면 각 데이터 업체가 이 사용자를 알아보고 이미 구독료를 낸 자료에 자동으로 접근하도록 허용하는 구조다. 별도 계약이나 복잡한 연결 설정 없이 데이터를 쓸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이 밖에 데이터사이트, 박스, 프레킨, 인탭 등 50개가 넘는 외부 서비스 연동도 지원한다.
금융권 특성상 규제와 보안도 핵심이다. 이 제품은 기업용 챗GPT의 보안 기능을 그대로 이어받아 직급별 접근 권한 제한과 데이터 암호화를 적용한다. 준법감시 부서가 업무 기록을 감사용으로 내보낼 수 있는 기능도 넣었다. 답변에는 세부 출처 표기가 붙어, 분석가가 특정 수치나 주장을 원본 자료까지 거슬러 확인할 수 있다.
오픈AI가 금융권을 정조준하면서 기존 금융 데이터 업체들의 주가는 하락했다. 발표 당일 팩트셋(FactSet) 주가는 5.32% 떨어진 264.32달러, S&P 글로벌은 1.72% 내린 411.17달러를 기록했다. AI가 특정 소프트웨어 기업의 영역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번진 결과다.
오픈AI가 기업 시장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실적 구조 변화가 있다.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 세라 프라이어는 지난 8월 투자자들에게 기업용 사업 매출이 일반 소비자 사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이번 금융권 서비스를 시작으로 여러 산업별 맞춤형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앞서 경쟁사 앤스로픽도 지난해 월가를 겨냥한 '클로드 포 파이낸셜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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