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은행 JP모간체이스가 레오폴드 아셴브레너가 이끄는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에 대한 자금 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JP모간은 이 펀드의 핵심 자금줄 가운데 하나였다. 헤지펀드는 자기 돈만으로 투자하지 않고 증권사나 은행에서 돈과 주식을 빌려 투자 규모를 키우는데 이때 돈을 빌려주고 거래를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프라임 브로커리지'라고 부른다.
JP모간은 바로 이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지난 7월 펀드가 대규모 손실을 내자 은행 측은 대출 관계를 끝내겠다고 통보했다. JP모간과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는 FT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는 2024년 오픈AI 연구원 출신인 아셴브레너가 세운 펀드다. 20대 중반인 그는 AI의 미래를 다룬 글이 화제가 되면서 주목받았고 AI 관련 기업에 공격적으로 베팅해 놀라운 수익률을 올리며 이름을 알렸다. 펀드는 출범 이후 지난 6월까지 10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투자 방식이었다. 이 펀드는 최대 400%에 이르는 레버리지를 썼다. 레버리지란 자기 자본의 몇 배에 해당하는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으로, 수익이 나면 그만큼 크게 벌지만 손실이 나면 손실도 배로 커진다. 7월 들어 AI 관련 주식이 급락하자 이 구조가 그대로 독이 됐다.
펀드가 빌린 돈에 비해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서 증권사들이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마진콜'이 잇따랐다. 마진콜은 빌린 돈에 대한 담보가 부족해질 때 채권자가 자금을 더 채워넣으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이를 맞추지 못하면 보유 자산이 강제로 처분된다.
결국 펀드는 붕괴를 막기 위해 보유 중이던 상장 주식 대부분을 켄 그리핀이 이끄는 시타델에 헐값에 넘겼다. 시타델은 약 10% 할인된 가격에 이 물량을 사들였다.
펀드 자산은 7월 초 450억 달러를 넘겼다가 100억 달러 안팎으로 쪼그라들었다. 7월 한 달 동안 자산의 67%가 사라졌다. 다만 연초부터 워낙 많이 벌어둔 덕분에 7월 말 기준으로는 여전히 연간 80% 수익 상태를 유지했다.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아셴브레너는 자본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까지 손상되는 상황에 위험할 만큼 가까이 갔다고 밝혔다. 다만 포트폴리오의 기초 체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낙관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태는 규제 당국의 조사로도 번졌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8월 JP모간을 비롯해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펀드에 돈을 빌려준 은행 네 곳에 소환장을 보냈다. 마진콜을 촉발한 거래가 정확히 언제 이뤄졌는지, 펀드가 빌린 돈을 두고 은행들과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등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소환장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조사 절차일 뿐 위법이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는 높은 수익을 내거나 급격한 손실을 본 펀드를 당국이 들여다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모든 요청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JP모간이 손을 뗐지만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여전히 이 펀드의 거래를 대행하고 있다. 다른 은행들이 JP모간을 따라 발을 뺄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한편 이 펀드는 붕괴 직후인 최근 다시 시장에 돌아왔다. CNBC의 데이비드 페이버는 같은 날 방송에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가 지난주 후반부터 이번 주 초 사이 수억 달러 규모의 옵션 프리미엄을 지불하며 옵션 매수에 나섰다고 전했다.
옵션은 특정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하는 상품으로 정해진 프리미엄만 내면 손실을 그 금액으로 제한하면서도 주가가 오를 때 큰 수익을 노릴 수 있다. 레버리지 대출에 의존하지 않고도 방향성 베팅을 이어갈 수 있는 방식이다.
매수 대상에는 과거 포트폴리오에 담겼던 종목들이 다시 등장했다. AMD, 블룸에너지, 코어위브, SK하이닉스, 샌디스크,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라운드힐 메모리 ETF(DRAM) 등이다. 새 거래에 쓴 자금이 신규 투자금인지, 7월 사태와 시타델 매각 이후 남은 자산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펀드는 상장 주식을 대부분 처분한 뒤에도 앤트로픽 같은 비상장 기업 지분은 그대로 들고 있다. 새 거래는 특화 증권사인 클리어 스트리트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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