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데나 프리드먼 나스닥 최고경영자(CEO)가 자산 토큰화가 전 세계 금융 시스템에 담보로 묶여 있는 자본 수백억 달러를 풀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토큰화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위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디지털 토큰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프리드먼 CEO는 지난 7~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상자산 행사 '토큰2049'에서 미국 경제매체 CNBC와 인터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 국채·주식·머니마켓펀드(MMF) 같은 자산을 토큰으로 바꾸고 돈의 이동까지 토큰화하면 담보가 훨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MMF는 단기 국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해 현금처럼 넣고 빼기 쉬운 펀드다.
금융회사들은 거래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국채나 현금을 담보로 맡긴다. 돈과 증권이 실제로 오가는 결제가 끝날 때까지 이 담보는 다른 곳에 쓰이지 못한다. 기관마다 시스템이 달라 담보를 제때 옮기지 못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여유분을 쌓아두는 일도 흔하다.
나스닥은 지난 3월 자체 보고서를 근거로 전체 담보의 25%가 이자도 붙지 않는 보정용 조치에 묶여 있고 그 규모가 350억 달러를 넘는다고 밝혔다. 같은 달 가상자산 거래 인프라 기업 탈로스와 손잡고 자사 리스크·담보 관리 플랫폼 '칼립소'를 연결해 토큰화된 담보를 관리하는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프리드먼 CEO는 지난 1년 사이 기관투자가들의 토큰화 관심이 크게 늘었다고 진단했다. 배경으로는 지난해 미국에서 제정된 '지니어스법'을 꼽았다. 이 법은 달러와 가치를 1대1로 연동하는 가상자산인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운영 규칙을 정한 미국 첫 연방 법률이다.
그는 돈 자체를 토큰으로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자본의 흐름 전체를 토큰화할 길이 열렸다고 했다. 여기에 오래전부터 24시간 거래를 원해온 개인투자자 수요가 맞물리고 있으며 개인투자자 쪽 생태계가 기관보다 10년가량 앞서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주7일 24시간 시장으로 넘어가는 것은 금융업계 전체에 큰 과제라고 했다. 거래소 시스템을 바꾸는 일은 오히려 가장 쉬운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은행들은 그동안 장이 닫힌 시간에 시스템을 갱신하고 위험을 관리해왔다. 시장이 쉬지 않고 돌아가면 위험 관리와 담보 관리도 실시간으로 이뤄져야 한다.
프리드먼 CEO는 여기서 AI가 핵심 역할을 맡는다고 봤다. 나스닥은 리스크 관리 플랫폼에 스스로 판단해 작업을 수행하는 AI 프로그램인 ‘AI 에이전트'를 도입했다. 지금은 권고안을 내놓는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은행들이 이를 활용해 직접 조치까지 맡길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모든 자산이 24시간 거래에 적합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짚었다.
나스닥은 제도 기반도 갖춰가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3월 나스닥의 토큰화 증권 거래 규칙 변경안을 승인했다. 대상은 미국 시가총액 상위 1000개 기업으로 구성된 러셀1000 지수 종목과 S&P500·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토큰화된 주식은 일반 주식과 같은 호가창에서 같은 종목코드와 가격으로 거래되며 주주 권리도 똑같다. 차이는 결제 방식에 있다. 투자자가 주문할 때 토큰 결제를 선택하면 미국 증권 결제를 총괄하는 예탁기관 DTC가 기존 장부 기록 대신 블록체인 토큰으로 결제한다. 결제 주기는 지금처럼 거래 다음 날(T+1)이며 토큰 결제가 불가능하면 기존 방식으로 처리된다.
DTC의 모회사 DTCC는 지난해 12월 SEC로부터 3년간 토큰화 서비스를 운영해도 제재하지 않겠다는 '비조치의견서'를 받았다. 올해 7월 주식·ETF·국채를 토큰으로 바꾸는 제한적 실거래를 시작했고 이달 정식 서비스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DTC가 보관 중인 자산은 114조 달러가 넘는다.
거래 시간도 늘어난다. 나스닥은 오는 12월 6일부터 하루 23시간 주5일 주식 거래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동부시간 기준 일요일 밤 9시부터 금요일 밤 8시까지 매일 1시간 휴식을 두고 거래가 이어지는 방식이다.
나스닥은 지난달 10일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의 모회사 페이워드에 1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발행 기업의 통제권과 기존 주주 권리를 그대로 담은 토큰 주식 '나스닥 에쿼티 토큰(NET)'을 2027년 2분기에 내놓을 계획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투자에서 페이워드의 기업가치는 210억 달러로 평가됐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아르준 세티 크라켄 공동 CEO는 CNBC에 미국 밖 기업들이 토큰화를 통한 미국 자본시장 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연 매출 2500만 달러 안팎의 기업이 자본시장에 접근할 방법을 찾고 있고 규모가 더 큰 해외 기업들도 토큰화와 미국 증시 상장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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