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의 석유화학 자회사인 옥시케미칼(OxyChem)을 약 100억 달러 규모로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에너지 업계와 금융시장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2022년 알레게니 인수 이후 버크셔의 최대 빅딜로 기록될 전망이다.
옥시케미칼은 폴리염화비닐(PVC), 가성소다, 염소 화합물 등 기초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미국 대표 기업으로 그동안 원유 가격 변동성에 흔들리던 옥시덴털의 실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왔다. 석유화학 부문이 제공하는 현금흐름 덕분에 회사는 이른바 ‘이중 회복(double reserve recovery)’ 전략을 유지하며 시장 충격을 흡수할 수 있었는데 이번 매각이 현실화되면 옥시덴털은 사실상 원유 가격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거래 규모는 2019년 옥시덴털이 아나다르코 인수 과정에서 떠안은 대규모 부채 부담을 줄이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매각 협상이 며칠 내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고 성사된다면 옥시덴털 역사상 가장 큰 자산 매각이 된다.
버핏이 2019년 아나다르코 인수 당시 100억 달러를 투입해 우선주를 인수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이번 거래는 투자금 회수와 자기 방어 성격도 동시에 갖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옥시덴털의 분기 기준 영업이익(EBIT)은 이자 비용의 약 3배 수준으로 이자 상환은 가능하지만 자유현금흐름(FCF) 창출에는 제약이 따르고 있다. 그 결과 우선주 배당 재원마저 위축될 위험이 존재하는데, 버크셔가 옥시케미칼을 직접 확보하면 안정적인 현금창출 기반을 얻는 동시에 자신이 보유한 우선주의 지급 능력을 보완할 수 있게 된다.
버핏은 평소 자본집약적이면서 진입장벽이 높고 경기 사이클에 관계없이 수요가 유지되는 사업을 선호해왔다. 옥시케미칼은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는 전형적인 ‘버핏식 사업’으로 꼽힌다. 원유와 달리 제품 가격이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맞춰 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익 안정성이 높으며 필수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경기 변동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버크셔 포트폴리오 내에서 버크셔 에너지와 유사한 성격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버핏과 옥시덴털 CEO 비키 홀럽의 개인적 신뢰 관계도 거래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두 사람은 2019년 오마하에서 처음 만나 관계를 구축했고 올해 초 실적 발표 당시 버핏은 홀럽의 재무적 절제와 위기 대응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연이 단순한 투자 이상의 전략적 제휴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다만 옥시덴털의 투자 매력도는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채가 절반 이상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실적 다변화를 잃게 되면서 순수 상류부문 기업과 유사한 높은 변동성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엑슨모빌이나 셰브런 등과 달리 안정적 화학 부문을 상실하면 시장이 부여하던 프리미엄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버크셔는 매력적인 자산을 할인된 가격에 확보할 기회를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전체 기업 인수가 아닌 특정 사업부만 선택해도 향후 수년간 안정적인 자유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에너지 분야 경험이 풍부한 아벨 부회장의 역량이 더해지면 운영 효율성 제고도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버크셔가 굳이 옥시덴털 전체를 인수하지 않고도 필요한 부분만 골라 담는 전략을 택했다는 점에서 이번 거래의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협상 이후 양사 주가 전망에 대해서는 보수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옥시덴털은 여전히 ‘버핏 프리미엄’을 유지하겠지만 동종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고, 버크셔 또한 주가수익비율(PER)이 24배 수준으로 높아져 단기적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제시된다.
시장은 이번 거래를 양측 모두에게 유리한 ‘윈윈 시나리오’로 해석하고 있다. 옥시덴털은 부채 경감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버크셔는 안정적 현금창출 사업을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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