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부터 이어진 미국 대형은행들의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대부분이 시장 기대를 웃도는 수익을 내며 ‘은행주 실적 시즌’이 시작부터 활기를 띠고 있다. 금리 인하 우려에도 불구하고 투자은행과 트레이딩 부문이 강하게 버티면서 대형 은행들은 오히려 순이익을 늘렸고 주가도 즉각 반응했다.
가장 눈에 띈 곳은 Citigroup(C)이다. 14일 발표된 3분기 실적에서 순이익은 38억 달러, 주당순이익(EPS)은 1.86달러로 전년보다 각각 16%와 23% 증가했다. 멕시코 자회사 Banamex 매각 과정에서 7억2600만 달러 손실이 있었지만 이를 제외하면 조정 EPS는 2.24달러 수준으로 시장 예상치인 1.75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순이자수익은 12% 증가했고 비이자수익도 4% 늘면서 전 부문이 고르게 성장했다. 투자은행 수수료는 17% 올랐고 트레이딩 부문 수익은 약 5억6000만 달러 증가했다. Citigroup은 올해 들어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으로 약 120억 달러를 주주에게 돌려줬다고 밝혔다.
JPMorgan Chase(JPM)도 순이익이 전년 대비 12% 늘었고 Goldman Sachs(GS)는 투자은행 부문 실적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며 수익 폭을 넓혔다. Morgan Stanley(MS)는 기업 인수합병(M&A) 거래 회복 덕분에 투자은행 부문 수익이 44% 급증했다.
Bank of America(BAC)는 순이익이 23% 증가한 84억7000만 달러로 집계되며 순이자이익과 수수료 모두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Wells Fargo(WFG)도 이자이익 호조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대형은행들의 실적 호조는 지난 분기부터 다시 살아난 자본시장 덕이 크다. 올해 들어 미국 기업들이 금리 고점 인식에 따라 인수합병(M&A)과 IPO를 재개하면서 투자은행 부문이 활기를 되찾았다. 채권과 통화 시장의 거래량도 늘어 트레이딩 수익이 뒷받침됐다.
금리 인하 사이클에 대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거래 부문은 오히려 수익을 내기 쉬운 환경이 됐다.
투자은행과 트레이딩 부문이 예상보다 강하게 돌아오면서 대형은행들이 다시 실적 성장세를 회복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은행이 웃은 것은 아니다. 16일에는 지역은행들 사이에서 신용 리스크 관련 우려가 다시 불거졌다.
중소형 지역은행인 Zions Bancorp는 캘리포니아 지역 대출에서 5000만 달러 규모의 부도성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고, 일부 거래에는 사기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하루 만에 급락했다.
또 다른 지역은행 Western Alliance도 특정 차입자와의 소송 문제가 불거지며 투자자 신뢰에 타격을 입었다. 지역은행 중심의 상장지수펀드인 SPDR S&P Regional Banking ETF는 당시 4% 가까이 떨어졌다.
이 여파로 대형은행과 중소은행 간의 격차가 다시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대형은행은 수익 구조가 다양하고 자본 여력이 충분하지만 지역은행은 부실 위험에 더 노출돼 있다”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 금리 하락기에는 순이자마진(NIM) 축소로 수익이 줄 수 있는데 대형은행은 자산운용과 수수료 부문이 이를 상쇄하지만 지역은행은 대응 수단이 적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대형은행 경영진들은 자신감 있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JPMorgan Chase는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고객 예치금이 안정적이며 대출 수요도 회복세”라고 밝혔고 Citigroup은 “전략적인 비용 절감과 효율화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Morgan Stanley는 “기업 고객의 M&A 활동이 꾸준히 늘고 있고, 글로벌 자본시장 회복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제 다음 분기로 향한다. 금리 인하와 경기 둔화가 겹칠 경우 은행 수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측이 엇갈린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이번 분기 실적은 일회성일 가능성이 크다며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예대마진 축소와 대손충당금 증가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다른 측에서는 금리 하락이 채권 평가이익과 자본시장 거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한다.
결국 시장은 대형은행의 탄탄한 펀더멘털과 지역은행의 불안한 대출 구조 사이 온도차를 다시 체감하고 있다. 실적이 좋았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어떤 방향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느냐다. 미국 은행주의 실적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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